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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회가 끝난 뒤 - 라몬 카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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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무도회가 끝난 뒤 - 라몬 카사스 -

무도회가 끝난 뒤     - 라몬 카사스-                      


 때때로 마음이 헛헛할 때 동네에 있는 작은 미술관에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미술에 대해, 그림을 보는 것에 대해 지식이 있어서 그러는게 아니다. 동시대 미술이 어쩌고,  단색화가 어쩌고 저쩌고.... 나는 여전히 미술작품에 대해 문외한이지만, 전시장을 이리저리 휘휘 돌다보면 괘씸했던 일들이 별거 아닌일이 되고, 어느새 너그러운 사람이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림이 위로가 되는 순간이다. 

 

 

무도회가 끝난 뒤.jpg
무도회가 끝난 뒤 - 라몬 카사스 -

 

 

짙은 초록색 소파에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길게 걸터 누워있다. 눈은 감길 듯 말 듯 하고 왼쪽 팔은 소파 끝에 늘어져 있다. 오른손에 쥐고 있는 노란색 표지의 작은 수첩이 초록색과 대비되어 도드라져 보인다. 옷 갈아 입을 힘도 남아 있지 않을 만큼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이제 막 집으로 돌아왔나보다. 휴식이 필요한 그녀,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마음을 풍족하게 하는지 아마 그녀도 느끼고 있을테지...


 아는만큼 보이는건지, 보이는 만큼 알게 되는건지, 이 그림을 보는 순간 어떤 책에서 봤던 한 작품이 떠올랐다. 제목도, 작가도 생각날 듯 말 듯 입안에서만 맴돌아 찾느라 한참을 애먹었다. 존 레이버리의 <초록소파>가 바로 그것이다. 긴 초록소파에 옆으로 누워 두 손을 모으고 잠을 자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한없이 편안해보인다.  머리가 향해 있는 쪽 소파팔걸이에 연분홍 꽃가지가 몇가닥 늘어져 있어 폭이 넓고 화사한 그녀의 드레스와 잘 어우러진다. 


 존 레이버리는 1856년 북아일랜드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 부모님을 여의었고, 첫 번째 부인과는 결혼한지 2년만에 사별했다. 두 번째 부인 헤이즐과 해로하면서 그녀를 모델로 삼은 그림이 400여점이 넘는다. 그가 그린 부인 헤이즐의 초상은 아일랜드 화페의 도안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누구에게나 휴식의 시간은 필요하다. 라몬 카사스의 초록색 소파처럼 푹신한 소파에 파묻혀 낮잠도 자고, 해야 할 일에 구애받지 않아도 되는 온전한 휴식의 날. 

“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고 외치던 광고 카피처럼 잠시 일을 멈추고 재충전을 위한 여행일정을 잡아보는것도 좋겠다. 70년대 산업화 초기에는 쉬지않고 열심히 일하는 일개미의 시대였다면, 지금의 시대는 짬짬이 휴식의 달콤함을 누려야 하는 시대이다. 휴식없이는 새로운 아이디어도 없다. 


 기록을 뒤져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우리 선조들은 일찌감치 휴식의 효용성을 익히 알고 실천해 온듯하다. 세종대왕은 인재양성을 위해 학자들에게 1개월에서 3개월간의 휴가를 주어 업무에서 벗어나 학문에 전념하도록 하는 ‘사가독서제’를 실시하였다. ‘직무 때문에 독서에 힘쓸 겨를이 없으니 집에서 글을 읽어 성과를 내라’고 하는 깊은 뜻이 담겨있었다. 


 4년전에 알게 된 지인중에 다양한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일에 파묻혀 사는 워커홀릭이 있다. 자타 공인 강철체력을 자랑하며 하루에도 2~3회의 미팅을 소화하고, 일주일에도 몇 번씩 강원도로 전라도로 장거리 운전을 하면서 다닌다. 그에게 라몬 카사스의 이 그림을 보여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사뭇 궁금해진다.  - 정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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